오바마케어 문제 없습니다.
오바마케어를 폐기시키기 위한 수많은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자 트럼프는 행정명령 이라는 비장의 카드를 뽑아 들었다. 자신의 최대 공약이 번번이 자신의 당내 반발로 무산되어 결국 행정명령 이라는 마지막 방법까지 사용하게 된 트럼프의
처지가 참 꼴사납게 됐는데, 이에 못지않게 한심한 것은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오바마케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제대로 분석하거나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당장이라도 오바마케어가 폐기될 듯한 기사를 연신 쏟아내며 부화뇌동하고 침소봉대 하는 언론들이다.
트럼프의 행정명령 이후 여러 언론들 특히 한국 언론들은 “오바마케어 사실상 무력화”, “오바마케어
폐지수순 본격”, “트럼프, 오바마케어에 직격탄”, “트럼프 행정명령, 오바마케어 폐지 시작” 등등의 헤드라인을 내걸고
당장이라도 오바마케어가 폐지되기라는 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댔다. 실제로 이런 기사만을 보고 오바마케어가
이미 폐지된 것으로 알고 자신의 오바마케어가 Close 됐느냐고 묻는 고객들이 있을 정도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그 의도 자체가 오바마케어를 흔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분명히 오바마케어에 위험요소인 것만큼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행정명령이 언론에서 떠들어 대는 것처럼 당장 오바마케어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주 경계를 넘어선 의료보험을 허락하는 것과 오바마케어의
10대 필수 커버가 없는 보험을 만들 수 있도록 한 것 등이 핵심인데 한 마디로 보험커버가 거의 없는 최저 수준의 보험을 만들어 보험료를
낮추고 이 보험으로 기존의 오바마케어 가입자를 빼내오겠다는 꼼수이다.
현재 건강에 문제가 있거나 병력이 있는 환자도 무조건 받아야 하는 오바마케어와 달리 보험회사가 예전처럼 건강한 사람만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보험커버도 보험회사가 원하는 대로 정해서 플랜을 만들도록 함으로써 보험료를 낮추고 이를 통해 오바마케어에서 젊고 건강한 가입자를
빼 내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오바마케어에는 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
병력이 있는 사람, 늙고 병든 사람만 남게 해서 오바마케어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도록 유도하고
결국 스스로 와해되게 만들겠다는 것인데 한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이 이런 시정잡배도 하지 않을 추잡한 짓거리를 정책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서 밀어붙인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지금의 오바마케어에서 가장 낮은 커버의 Bronze 플랜의 경우 사실상 입원과 수술
외에는 거의 커버가 없고, 또 입원 수술시 연간 최대 $6,800 을
내도록 돼 있는데 여기서 도대체 얼마나 더 커버를 나쁘게 해서 보험료를 낮추려는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건강한 사람만 가려서 받음으로 보험료를 줄인다는 것이 얼마나 의료보험의 현실을 모르는 무식한 발상인지 기가 막히기까지 하다. 물론 건강한 사람만 가려 받으면 당연히 Claim 비용이 줄기 때문에
보험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이는 보험료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오바마케어가 시행되기
이전에는 모든 보험회사가 철저히 건강한 사람만 가려서 보험가입을 허용했는데, 그 때 이미 너무 비싼
보험료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 가입을 포기했었던 것은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바마케어가 탄생했다는 것을 트럼프는 모르는 모양이다.
예를 들어, 2018년 기준으로 한인타운(90020)
에 거주하는 30세 Single 홍길동 씨가
연 $24,000의 연봉이라면 가장 저렴한 Bronze 60 플랜에
가입하는 월 보험료가 $56.17 이다. 이 보험의 원 보험료는 $234.17 인데 정부에서 매월 $178의 정부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홍길동 씨는 $56.17 만내면 된다. 그런데 트럼프의
행정명령이 제대로 실행되면 2018년후반에 홍길동 씨는 트럼프 행정명령으로 생겨난 플랜에 가입할 수도
있게 된다. 하지만 이 플랜의 보험료는 과연 얼마나 될까? 오바마케어의
정부보조금 $178 없이도 이보다 더 저렴한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얘기다. 물론 인컴이 많아 정부보조금을
거의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트럼프 행정명령 플랜이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오바마케어에는
정부보조금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즉, 인컴이 많아 오바마케어에 가입하지 않고 있던 사람들이 트럼프 행정명령 플랜에
신규 가입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트럼프의 기대처럼 기존의 오바마케어 가입자들은 거의 이동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 가지 CSR(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정부가 보험회사에 주던 지원금)을 중지함으로 오바마케어 저소득층의 혜택을 제한하려 하는데, 이에
대해서 Covered CA 에서는 이미 가입자 가정에 아무런 영향이 없도록 하겠다는 내용의 안내 편지까지
발송한 상태다. 이 CSR 은 오바마케어 가입자 중에서도
인컴이 작은 가정을 대상으로 Co-Pay 나 Deductible,
Out of Pocket Maximum 등 진료를 받으면서 가입자가 내야하는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정부가 보험회사에 지급하는 지원금이다. 그런데 심지어 몇몇 언론은 이 CSR 이 중지되는 것을 정부가 가입자들에게
직접 지원하는 정부보조금이 중지된 것처럼 기사를 낸 경우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현재 오바마케어에 가입하고 갱신하는데 특별한 변화는 없다. 물론 해마다
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고, 보험회사 플랜이 없어지거나 새로 생기는 등의 변화가 있기 때문에 현재 플랜을
유지할 것인지 다른 플랜으로 변경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는 갱신 가능한 플랜들의 커버리지와 보험료 등을 잘 비교해 보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케어의 미래는 누구도 섣불리 예상할 수 없다. 트럼프와 공화당이 지난 1년간 총력을 기울여 폐기하고자 했음에도 결국 실패한 것은 오바마케어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과 공화당은
오바마케어를 대체할만한 의료보험이 없다는 것을 너무도 명백히 방증하고 있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과 다수당인
공화당이 오바마케어 폐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오바마케어는 계속해서 험난한 길을 헤쳐 나가야만 할 것이다. 오바마케어에
어떤 변화가 생기던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아니고 가입자들에게는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할 시간이 주어지기 때문에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주어진 조건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하면 된다. 지금은
기존 가입자들은 갱신을 하고 가입 대상자들을 신규 가입하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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