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0월 25일 목요일

불황의 경제학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불황 때는 정상적인 경제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써야 한다는 '불황의 경제학' 이론을 역설한 데 이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지난 3일 디플레이션이 닥쳐오고 있다는 경고과 함께 디플레이션이 안고 있는 '유동성 함정'을 벗어나려면 전통적인 통화정책과는 다른 '미친'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대 최고의 금융위기 전문가들로 꼽히는 이들의 주장이니 '너무 나간 얘기'라고 일축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일리가 있게 '미친' 정책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미 크루그먼 교수는 버락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미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적자를 걱정하지 말고 막대한 정부지출로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영국 런던정경대의 윌렘 뷰이터 교수 는 "미국과 유럽, 일본이 내년 중반까지는 어차피 제로 금리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그렇다면 하루빨리 금리를 0%로 낮춰야 유동성 함정 극복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뜨거운 논란을 제기할 또다른 제안이 나와 주목된다.
국제금융의 대가로 정평을 얻고 있는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영국의 < 가디언 > 지에 실린 'Embracing Inflation'이라는 글을 통해 "생애 최대의 글로벌 경기침체는 독특한 처방을 요구한다"면서 "이번 위기와 싸우기 위해서는 인플레이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직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3%대이지만, 급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을 비롯한 선진 경제국들의 인플레이션율이 1%까지 떨어져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는 디플레이션보다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금융위기에서 비롯된 점에 초점을 맞춰 해법을 제시했다.
 
"선제적 대처 못하면 유례없는 세계적 불황 닥칠 것"
그는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2년 정도 인플레이션율을 6% 정도로 유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은 부채를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방법이다. 로고프도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인플레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금융시스템의 벙폐를 고쳐야 한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불행하게도 금융업체들에게 자본을 투입하고, 주택담보대출 채무자들을 직접 지원하는 등 여러 대안을 면밀히 살펴볼수록, 인플레이션은 장애물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것임이 분명해진다"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은 '완만한 인플레이션'이라고 하는 5~6% 정도가 아니라 20~30%나 되는 인플레이션으로 오버슈팅할 위험이 있다. 다시 진정시키려고 해도 쉽지 않다.  1980년대와 1990년대 미국은 인플레이션 진압을 위해 애를 먹은 경험도 있다. 하지만 로고프 교수의 제안은 루비니 교수 못지 않게 현재 글로벌 경제 위기에 대해 심각한 진단을 전제로 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는 이미 완전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으며, 파국으로 가는 벼랑 끝에 있다는 것이다. 각국 정부들이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겪어보지 못한 엄청난 세계적인 불황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다.
"세계 최대 은행들 대부분,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
로고프 교수가 이번 경제위기를 이처럼 심각하게 보는 주된 근거는 금융업체들의 부실에 있다. 그는 "세계 최대 은행들 대부분이 사실상 채무상환 불능 상태에 있다"면서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택모기지 부실이 진행될수록 부실이 커진다는 것은 많은 은행들이 이미 인정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라 경기침체가 깊어질수록 현재 가시화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부실, 신용카드 부실, 사모펀드와 헤지펀드 부실 등 '제2차 금융쓰나미'가 닥칠 것이 분명하며 이렇게 되면 금융업체들의 부실은 '밑빠진 독'이 된다는 것이다.
 
프레시안 뉴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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